정보+썰빠



본문

타란티노라면 전두광을 어떻게 했을까

  • 작성자: 라이브
  • 비추천 0
  • 추천 0
  • 조회 513
  • 2023.12.23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2차대전 당시 미군 특수부대를 다룬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시나리오를 쓰면서 ‘히틀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옛날 영화를 재탕하고 싶진 않았어요. 영화가 그러면 실망스럽잖아요. (암살 위기의) 히틀러를 뒤로 빼내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럼 어떻게 할까. 새벽 4시쯤에 시나리오를 쓰다가 결심했어요. ‘그냥 죽이자.’ 그래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렇게 썼어요. ‘X발 그냥 죽여.’ ”(2019년 5월 <지미 키멜 라이브>)


역사는 나치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연합군이 베를린을 점령하기 직전인 1945년 4월30일 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전한다. 오랜 연인 에바 브라운과 결혼식을 한 직후였다.

2차대전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따른다. 전투의 세부묘사를 부풀리고 등장인물을 가공하기는 하지만, 전쟁의 승패를 바꾸거나 히틀러의 죽음 정황을 각색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 있었던 히틀러 암살 시도를 다룬 <작전명 발키리>(2008) 역시 정의로운 독일군 장교가 히틀러를 거의 죽일 뻔 하다가 실패한 뒤 사형당하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타란티노는 자신의 말대로 <바스터즈>에서 나치 선전영화를 보던 히틀러를 불에 태워 ‘그냥 죽였다’. 역사적 사실에 개의치 않고 영화로 ‘대체역사’를 쓴 것이다. 타란티노는 이후의 영화에서도 역사를 제멋대로 각색하곤 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에서는 흑인 총잡이가 백인 노예상을 응징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2019)에서는 임신 중인 배우 샤론 테이트를 죽였던 살인마 찰스 맨슨 일당이 배우 매니저 클리프(브래드 피트)에게 역으로 당했다. 살인마들은 개에 물리고 칼에 찔리고 화염방사기에 불타 죽지만, 현실에서 그들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지 아는 관객에게 이 장면은 끔찍하기보단 통쾌하다.


개봉 중인 <서울의 봄>은 12·12사태를 다룬 영화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군인이지만 본격적인 전투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직 전화 통화, 급한 운전, 지도상의 표식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도 엄청난 긴박감을 자아낸다.
심지어 ‘역사가 스포일러’라 결말을 아는데도 서스펜스는 줄지 않는다.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대체역사 장르는 찾기 힘들다. 일본이 여전히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1980년대를 그린 복거일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1987) 이후 웹소설을 중심으로 대체역사물이 이어졌다. 영화에선 <비명을 찾아서>와 유사한 설정을 가진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1)가 있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등장인물의 복식이나 먹는 음식만 바꿔도 ‘역사왜곡’이라는 평가가 나오곤 하니, 아예 가상의 왕조나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을 바엔 역사의 경로를 바꾸는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서울의 봄>을 보면서 대체역사를 꿈꿨던 이유는 타란티노의 심정과 비슷했기 때문일까.
독일의 영화평론가 게오르그 제슬렌은 <바스터즈>를 두고 “이 영화는 히틀러처럼 스스로 죽은 나치범들을 영화를 통해 복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현실 그 자체를 복수한다고 볼 수 있다”(전유정 논문 ‘B급 장르와 대체역사적 상상력’에서 재인용)고 분석했다.
만일 <서울의 봄>에 이어 두번째 12·12 영화가 기획된다면, 그땐 전두광 일당이 처참히 패배하는 대체역사물이기를 희망한다.
역사를 뒤틀고도 반성 없이 사라진 악당들에게 어떻게든 복수할 수 있도록. 타란티노의 또 다른 걸작 <킬 빌>이 인용하는 “복수는 식은 뒤 먹으면 맛있는 음식 같다”는 서양 속담을 증명할 수 있도록.


http://n.news.naver.com/article/032/0003264309?sid=110

추천 0 비추천 0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close]

댓글목록

정보+썰빠



정보+썰빠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쓰레빠 슬리퍼
30203 정부, 청년 월세 지원 받으려면 청약통장 … 덴마크 12.27 559 0 0
30202 유튜브·넷플릭스 줄줄이 가격 인상에 칼 빼 … GirlsDay 12.27 600 1 0
30201 스타벅스, 내년 1월 5일 국내 첫 '반려… Lens 12.26 771 0 0
30200 소주가격 내린다...처음처럼 4.5%·새로 … 영웅본색 12.26 468 0 0
30199 `저녁형 인간`,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위험… 조읏같네 12.26 515 0 0
30198 나쁜 콜레스테롤, 백신주사로 막는다?...개… 나비효과 12.26 437 0 0
30197 '서울의 봄' 해냈다…'범죄도시3' 꺾고 2… 젊은베르테르 12.26 365 0 0
30196 점점 늘어나는 30~40대 당뇨병 환자… 절… 민족고대 12.26 430 0 0
30195 런던에서 날아온 선물 '스쿨오브락' 36人 … 기자 12.25 490 0 0
30194 혈액에 지방 많으면 생기는 '눈'의 변화 shurimp 12.25 663 0 0
30193 크리스마스 트리, 진짜vs인조…어느 게 더 … 뽀샤시 12.25 403 0 0
30192 "8세 되면 '산타 있나' 의심…'친구의 폭… 쿠르릉 12.24 373 0 0
30191 영화 '나 홀로 집에' 케빈 가족, 알고보니… 쓰레기자 12.24 611 0 0
30190 폭설에 한파까지...겨울철 산악사고 주의보 마크주커버그 12.23 451 0 0
30189 "8세 되면 '산타 있나' 의심…'친구의 폭… hangover 12.23 367 0 0
30188 '수동 31억인데 어디에'…로또 1등 미수령… 검은안개 12.23 608 0 0
30187 타란티노라면 전두광을 어떻게 했을까 라이브 12.23 514 0 0
30186 GS25도 통신사 중복 할인 폐지…행사 늘… 몇가지질문 12.21 790 0 0
30185 최악의 수면자세 Top 2 보젤 12.21 1421 2 0
30184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전 멤버 3명 등에 … 금vs은 12.21 787 0 0
30183 모포·수통 대신 이불·텀블러...軍급식도 뷔… 입으라이모비치 12.21 509 1 0
30182 내일 `역대급 한파` 온다…서울 체감온도 `… HotTaco 12.20 439 0 0
30181 차만 타면 잠이 스르륵… 멀미 아닌 ‘이것’… 리미티드 12.19 658 0 0
30180 이영애, 건강 위해 일어나자마자 ‘이것’ 마… ABCDE 12.19 556 0 0
30179 돌싱들이 꼽은 ‘비호감’ 대화 1위…男 “오… 영웅본색 12.18 1013 0 0

 

 

컨텐츠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