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잠고는 금섹누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름 : 금잠고(金蚕蠱)
특징 : 인조요괴, 불사
분류 : 저주생명체
출전 : <설부>, <서계총화>, <동의보감>, 각종 구전
저주를 위해 만들어진 인조요괴인 고독(蠱毒)은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대충 각종 독과 관련된 생명체들을 한정된 공간에 넣고 배틀로얄을 벌여 최강의 독생명체를 만드는 이야기지요.
고독은 사실 종류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오늘 설명한 금잠고는 고독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국민고독(?)으로 따로 설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므로 여기서 다루게 되었습니다.
금빛의 누에(애벌레) 같은 외관을 하고 있는 금잠고는 식금충(食錦蟲)이라고도 불리며 유명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배일에 쌓여있습니다.
일반 고독처럼 많은 벌래들 중 살아남은 것이 우연히 금잠고가 되었다(와~우 전설 카~드~)는 말도 있지만 주로 길에서 줍는다고 합니다.(이런 강력한 저주생명체를 길에서 주울 수 있는 이유는 뒤에 설명하겠다.)
금잠고는 주력(呪力)이 강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재물까지 가져다주는데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금잠고의 배설물이 강한 독이기 때문에 대상에게 먹이면(음식에 섞는 것이 가장 보편적일 것이다.) 그 대상은 죽어버리고 어째서인지 죽은 사람의 재산이 금잠고의 주인의 것이 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재산을 불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금잠고의 독도 치유가 아주 불가능 한 것은 아닌지 <서계총화>에서는 천주(泉州)의 한 승려가 금잠고를 치료할 수 있다고 했으며 그 유명한 <동의보감>에도(허준이 쓴 그거다.) 금잠고독을 치료하는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금잠고독에 걸렸을 때에는 백반 맛이 달고 떫지 않으며, 생검정콩을 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때 석류뿌리껍질을 진하게 달여 그 물을 마시면 산 벌레를 토해내고 낫는다고 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쓰기도 쉽고 재산도 불려주는 굉장히 편리한 녀석 같지만 금잠고를 기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먼저 이 녀석은 성능이 좋은 명품고독인 만큼 입맛이 까다로워 고가의 비단이 주식입니다.(금잠고의 또 다른 이름인 식금충(食錦蟲-비단을 먹는 벌레)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뭐 금잠고만 있으면 재물이야 얼마든지 쉽게 모을 수 있으니 이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금잠고의 주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인지 일 년에 한 명은 반드시 죽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금잠고의 주인이나 주인의 가족이 살해당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금잠고를 유지하려면 1년 마다 한 사람을 꼬박 꼬박 제물로 바쳐야 하는 정액제 요괴인 겁니다. 강한 힘을 유지하는데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 되면 '미워하는 녀석 죽이고 재물만 불린 뒤 퇴치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금잠고는 수화병인(水火兵刃)을 두려워하지 않아(쉽게 말하자면 물이나 불, 병기(무기류)로 죽일 수 없다는 뜻.) 퇴치하기가 까다롭다고 합니다.(물론 이는 금잠고만의 특성이 아니라 고독들 종족 특성이라 고독으로 팔자 피려다가 관리 못해서 망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처법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것은 바로 가금잠(嫁金蚕)입니다. 가금잠이라는 것은 큰 상자에 금잠고로 얻은 금은보화와 금잠고를 넣고 길에다 버리는 것으로 지다가던 누군가 상자를 보고 재물욕심에 눈이 멀어 집으로 가지고간다면 금잠고 또한 그 사람에게 옮겨가게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