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의 절반이 '지진 액상화' 위험지역이다
지진은 다양한 후폭풍을 남긴다. 그중 하나가 '액상화'다. 땅 속에서 느슨하게 결합돼 있던 흙과 물이 지진으로 인해 서로 분리돼 흙은 가라앉고 물은 위로 떠오르면서 지반이 물렁해지는 현상이다.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 '액상화'로 추정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포항 흥해 쪽은 천만년 전만 해도 바닷속에 잠겨있던 지역이다. 완전히 암석화가 진행된 상태가 아니어서 손으로 만져도 부서질 정도다. '한국일보' 에 따르면, 부산대 연구팀은 "포항 진앙지 인근 논밭에서 소형 모래 분출구를 무더기로 발견했고, 이는 액상화의 근거"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손문 부산대 교수는 “진앙 반경 2㎞ 안에서 모래 분출구 등을 100여건 확인했다. 포항 내에서도 액상화가 된 지점이 있고 안 된 지점이 있을 것으로 보여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한겨레' 에 따르면, 실제 액상화 현상이 관찰된 것은 1964년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7.5의 니가타지진과 같은해 미국 알래스카에서 일어난 규모 9.2의 굿프라이데이지진 때였다. 두 지역에서는 기초 지반이 붕괴해 교량이 넘어지고 아파트가 통째로 쓰러지는가 하면 맨홀 등 땅속 구조물이 솟아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1964년 6월16일 일본 니가타현에서 일어난 규모 7.5 지진 때 액상화 현상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아파트가 건물째 넘어졌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일본 와세다대 하마다 마사노리 교수 재인용) 제공
액상화 현상과 관련해 서울 등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도 안심하긴 이르다.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 최재순 교수팀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자료 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지역도 액상화 위험지역이다. 최 교수팀이 경남 양산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액상화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가까운 부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상당 부분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에 따르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3년 서울 강남지역의 액상화 위험도를 평가한 자료를 보면, 액상화 가능성을 판정하기 위해 52개 시추공을 뚫었는데, 이중 액상화로 인한 피해 정도가 높은 경우(액상화가능지수 5~15)가 14곳, 매우 높은 경우(액상화가능지수 15 이상)가 12곳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의 절반 정도가 액상화 위험지역이라는 뜻이다. 액상화가능지수가 43.0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