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18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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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취업 빙하기 세대의 2017년… 더 무거워진 실업·부채의 짐
주거·생활비 부담에 빚은 늘고
체감 실업률은 20% 넘어서 최악
“희망 없다” 비트코인에 몰려들어
해법 늦어지면 격차 커질 가능성
정부가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국민소득 3만 달러' '2년 연속(2017∼18년) 3%대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다. 수출이 이끄는 흐름을 내수 활성화로 뒷받침해 안정적 성장판을 확보하고 삶의 질도 함께 개선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목표가 달성되면 우리 경제는 외형적 측면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먹구름이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청년고용이다. 올해 청년 일자리 지표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될 만큼 얼어붙었다. 내년 경제 청사진이 나온 세밑. 지난 1년간 발표됐던 '청년 지표'를 다시 짚어봤다.
외환위기와 맞먹는 청년고용 한파
올해 11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였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11월 기준으로 최고치다.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1.4%였다. 이 체감실업률이 올해 내내 20%를 웃돌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실업률 관리에 나섰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고용률도 감소했다. 올해 1∼10월 19∼29세 고용률은 55.7%로 지난해 같은 기간(56.2%)보다 0.5% 포인트 떨어졌다. 대졸자 취업시장의 ‘좁은 문’도 원인이지만 제조업과 음식·숙박업 구조조정으로 특성화고 및 전문대 졸업생이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청년실업률 상승 요인으로 ‘공무원 시험 효과’를 언급하기도 한다. 대체로 8%대 초중반이던 청년실업률이 9%선을 넘은 것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진행된 하반기 지방직 공무원 채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중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 청년층의 공무원 선호 현상이 맞물려 향후 공공 분야 채용이 진행될 때마다 청년실업률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경기 회복의 온기가 청년고용 시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원인이 있다. 이런 악조건 탓에 정부도 청년고용 문제에선 이렇다 할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청년층은 구직활동이 집중되는 내년 상반기 취업 애로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취업난이 경제난으로
취업이 늦어진 청년의 지갑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 조사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30세 미만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385만원으로 1년 전(1681만원)보다 41.9%나 급증했다. 내 집 마련 부담이 큰 40대(8533만원)나 50대(8524만원)에 비하면 부채 규모가 작지만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저축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증가율 면에서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비정규직 인턴,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적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학자금 대출 등에 청년층 재무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청년층인 20, 30대가 주도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연관돼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가상화폐 앱 상위 10개의 사용자를 연령별로 분석해보니 30대(32.8%)와 20대(26.9%)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40대(19.5%), 50대 이상(12.9%)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20대의 비율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비트코인을 활용해 ‘대박’을 노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28일 “청년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잘살 거란 기대가 없기 때문에 미래 불안감이 크다”며 “소비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비트코인 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만큼 유혹에 쉽게 휘둘린다.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잃어버린 세대’의 대물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업 빙하기’가 10여년간 계속되는 현실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장기 불황을 경험했던 일본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일본에선 장기 침체와 청년인구 증가, 평생고용의 경직적 고용 시스템 등으로 청년 구직난이 심각해지면서 ‘빙하기 세대’가 등장했다. 현재 30대 중반∼40대 중반인 이들은 여전히 이전 세대보다 임금이 낮고 비정규직 비중은 높다. 최근 일본의 경제 호황과 청년인구 감소 덕에 취업이 수월한 20대 대졸자들과 대비된다.
일본의 빙하기 세대는 실업기간이 길었던 탓에 직장을 구한 이후에도 임금·복지 측면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이근태
L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취업이 늦어지면 인적자본의 질이 떨어진다고 평가받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하락하는 ‘낙인효과’가 발생한다”며 “소비 여력도 낮아 일본 정부는 이들이 60대가 되는 2030년대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이 1년 늦어진 빙하기 세대의 임금은 졸업 직후 취업자 임금의 90%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취업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 임금은 졸업 직후 취업자의 62% 수준까지 추락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년에는 25∼29세 인구가 11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육아 부담 탓에 맞벌이에 나서는 경력단절 여성과 노후 대비가 부족한 고령층이 늘어나는 일자리마저 흡수할 경우 청년층 취업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훈풍은 언제 불까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해마다 청년고용 대책을 발표했다.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 ‘청년 고용절벽 해소 대책’ ‘청년·여성 취업연계 방안’ 등 이름을 바꿔 백화점식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보다 양에 집착하면서 안정적 생활 수준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과의 엇박자가 컸다.
문재인정부는 내년 1월 청년고용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으로 체감되지 않고 있다”며 청년고용 상황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년고용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새해, 청년은 웃을 수 있을까.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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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