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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넷플릭스의 250억 돈질 무색케 만든 몇 가지 뻘짓(‘고요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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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31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2014년에 발표된 최항용의 동명 단편영화이다. 미쟝센 영화제에서 보았을 때 학생영화답지 않은 야심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어쩔 수 없는 제작비의 제한 속에서도 할리우드 SF에서나 기대할 수 있었던 비주얼과 액션을 그럴싸하게 구현해냈으니까. 그렇다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였느냐.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일단 <에일리언> 시리즈, 그 중에서도 2편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이야기부터 대단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심지어 이 영화에는 웨일랜드 유타니 회사 로고도 등장한다). 그리고 과학이 정말로 나빴다. 하지만 영화 전체가 감독의 테크닉 과시를 위한 쇼케이스였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250억원이라는 원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 미니시리즈는 이같은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원작의 문제점들은 긴 러닝타임 안에서 통제되지 못한 채 확대되고 증식된다. 드라마에 나오는 월수처럼.

일단 과학 이야기를 하자. 모든 SF 영화가 과학에 충실할 수는 없다. 심지어 일반적인 액션 영화도 그건 불가능하다. <분노의 질주>에 나오는 카 체이스 상당 부분은 왜곡된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SF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적당히 넘어가고 관객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더 넓다.




<고요의 바다>에도 대충 넘길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주복 헬멧 안의 조명이다. 정상적인 헬멧이라면 헬멧 안쪽이 어두워야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바깥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관객이나 시청자가 배우들의 얼굴을 구별하는 건 중요하다. 달의 저중력 묘사가 거의 없는 건 아쉬운데 이는 무중력 묘사보다 훨씬 어려워서 할리우드에도 이를 제대로 구현한 작품은 거의 없다. 적어도 실내 묘사에서는. 아마 달에 기지가 생기고 그곳의 일상이 중계되기 전까지는 다들 대충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과학은 그렇게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시작부터 시청자들은 어이가 없는 설정과 마주친다. 전지구가 가뭄을 겪고 있다. 해수면도 내려가 해수담수화도 어렵다. 이건 그냥 말이 안 된다. 수많은 나라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물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사용할 수 있는 담수를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지 물의 총량이 줄어든다는 말은 아니다. <고요의 바다>에서는 물이 인간이 한 번 쓰면 사라져버리는 신비한 물질로 여기는 것 같다.

이 어이없는 설정은 더 어이없는 설정과 짝을 이룬다. 달에서 발견된 신비한 월수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물과 비슷하지만 바이러스와 비슷한 속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증식한다. 다시 말해 우주에 보존법칙이 있다는 걸 가볍게 무시하는 물질인 것이다. 이런 물질도 SF에 나올 수 있다. 단지 과학자들이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인식하고 설명을 시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이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진) 지구의 물을 보충할 기회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이 정도로 설정이 건성이면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고요의 바다>의 거의 모든 설정은 과학적 개연성과 충돌한다. 착륙궤도 따위는 개무시하고 떨어지던 우주선이 기지 근방에 불시착하는 도입부부터 이게 무슨 뻘짓인가 싶다. 정화하겠다며 멀쩡한 공기를 바깥에 버리는 기지의 시스템은 어떤가.


(중략)

<고요의 바다>는 장점 없는 드라마가 아니다. 미술과 CG, 기타 시각효과는 만족스럽다. 다시 말해 단편 <고요의 바다>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감독의 차기작에서 기대했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배두나, 김선영 무엇보다 김시아의 연기와 존재감도 만족스럽다. 다시 말해 <고요의 바다>는 좋은 SF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기초 재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끔찍한 과학과 빈약한 장르 테크닉 때문에 이 재료들은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여자 과학자가 달에서 정체불명의 괴물과 만난다는 설정만 지킬 수 있다면 나머지는 교체해도 되는 이야기였는데.

칼럼니스트 듀나



http://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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