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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관진·한민구 청와대 와서 직접 설명하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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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국기문란으로 규정…군수뇌부 고강도 조사 불가피
보고서 초안 `6기 발사대 보관`…수차례 강독 과정서 문구삭제
靑 "국방부, 고의로 보고누락" 한민구 "그런 지시안해" 반박
◆ 사드 보고누락 파장 / 사드 진상조사 前정부 핵심인사로 확대 양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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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을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5월 31일 국방부 정책실장 등을 불러 직접 조사를 한 뒤 관련 내용을 소상하게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0일 만에 처음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 이후 '국기문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양상이다. 사드 배치 보고서 누락과 관련해 청와대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 조사할 부분이 있어서 (청와대로) 나와서 설명해주실 것을 요청했고,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한 장관과 김 전 실장 아니겠냐"며 "조사 결과는 당연히 공개할 것이다. 오래 끌 문제가 아니고 기록상 빠진 내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빠졌는지 확인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징벌적 처벌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고, 문 대통령도 이 부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장관이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는 예정대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장관의 샹그릴라 참석 여부에 대해 "조사와 별개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말씀드린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당초 사드 발사대 4대 추가 도입을 안보실장 보고용 문서 초안에 넣었다가 강독 과정에서 왜 삭제했는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장관에게 물어봤을 때 제대로 답하지 않은 이유 등이 추가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초안에 있던 4기 추가 배치 문구 삭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국방부 실무자가 당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돼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부분은 피조사자 모두 인정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최종적으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6기' '캠프명' '4기' '추가 배치' 등 문구 모두가 삭제됐고 두루뭉술하게 한국에 전개됐다는 취지로만 기재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보고서 초안을 강독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표현을 바꾼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조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드 배치를 신속히 완료하려는 국방부 관료의 입장에서 현 정부의 검증론 등을 껄끄럽게 여겨 구체적 사실 등을 빼고 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민구 장관은 "보고서는 실무선에서 만든 것"이라며 "실무자들은 표현 속에 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포대가 발사대 6기로 구성된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국방부의 공식 설명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국정기획자문위에 대한 보고서에도 이를 준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사드 관련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흐름이 관성적으로 국방부 보고서에까지 적용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3월 6일 사드 발사대 첫 반입 이후 "발사대가 추가로 들어올 것"이라며 "앞으로는 일일이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언론에 설명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는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져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간의 이런 태도가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방, 청와대 발표에 '뉘앙스 차이' 사실상 반박 한민구 장관도 '거짓말' 논란에 휘말려 진상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윤 수석에 발표에 따르면 정의용 안보실장이 5월 28일 한 장관과 오찬을 하며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장관이 일부러 모른 척했거나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사드 관련 내용은 국방부 내에서 장관, 국방정책실장, 정책기획관 등 극소수의 인원만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장관은 뉘앙스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하며 청와대의 발표를 사실상 반박했다. 한 장관은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관점이 차이 날 수 있고 뉘앙스 차이라든지 이런 데서 그런 차이점이 있다고 얘기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용어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해서 벌어진 오해가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다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반어적으로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방부가 구체적 사실을 고의로 누락한 데다 장관마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국기문란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성주 골프장에 완전 배치 상당히 늦어질 듯 사드 배치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사드 배치 작업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경북 성주 사드 용지에 들어가지 않고 국내 미군기지에 대기 중인 사드 발사대 4기도 당분간 발이 묶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사드가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절차를 재차 강조했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될 절차가 더 꼼꼼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주 골프장에는 발사대 4기를 빼면 사실상 모든 장비가 들어간 상태다. 발사대 2기만으로는 실전적 상황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요격미사일 8발을 장착한 발사대 1기가 미사일을 쏘고 재장전하는 데는 30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발사대가 여러 기 있어야 요격미사일 여러 발을 한꺼번에 쏴 요격률을 높일 수 있다. 사드 용지 밖에 있는 발사대 4기를 반입하지 않으면 사드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 문제가 한미 양국 간 외교적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배치 과정에 관한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다음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안두원 기자 /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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