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도 졸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취재석]

장강훈 2020. 8. 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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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도 졸렬하지 않게, 아름답게 후배들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동시에 끝끝내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선택한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의구심이 든다.

추후 2000경기 이상, 2000안타 이상(야수 기준) 출전한 선수들이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때 후배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작은 행사를 선수협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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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0 KBO리그 LG와 KIA의 경기를 앞두고 1군에 합류한 뒤 ‘은퇴 투어’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팬들도 졸렬하지 않게, 아름답게 후배들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미소를 머금은 LG 프랜차이즈 레전드 박용택(41)은 끝까지 위트를 잃지 않았다. 허탈감이 매우 큰 일을 겪었지만, 평소 늘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하던 그 다운 해학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뜻하지 않게 은퇴 투어 논란에 빠졌던 박용택은 1군 복귀 하루 전인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논란을 잠재웠다. 조용히 복귀를 준비하던 중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논란이 불거져 억울할 법도 했다. 그래도 ‘선배’ 답게, 미소와 유머로 승화시키며 “더는 관련 논란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십 수년간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용택은 매일 성장하는 선수였다. 혈기에 때로는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 말을 경청할 줄 아는 포용심도 엿보였다. 후배들이 순수한 의도로 은퇴 투어를 논의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끝까지 포용으로 일관했다. 한편으로는 19시즌 동안 한 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선수가 씁쓸한 미소로 마지막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상황이 아쉽다. 동시에 끝끝내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선택한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의구심이 든다. 회장 선출 이후 사무국 집행부를 새 얼굴로 바꿨지만, 이전 집행부와 비교해도 ‘아무것도 안 하는 조직’에 머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LG 박용택이 지난 2018년 23일 잠실 롯데전 5-7로 뒤진 4회 1사 1,2루 타석에서 고효준의 커브를 통타, 2타점 2루타로 역대최다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스포츠서울 DB)
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은 이번 논란을 두고 “선수협 차원에서 공식 논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개최한 이사회 직후 일부 선수들이 모여서 “선배님 가시는 길에 의미 있는 행사를 해보는 게 어떨까” 정도의 논의가 있었고, LG 소속이니 “구단의 의중을 먼저 알아본 뒤 다시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 논의가 2개월이 지난 뒤 ‘은퇴 투어 계획’으로 돌변해 선수협 입장에서도 여간 난감한 게 아니라는 읍소도 이어졌다.
이게 난감해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 김 총장은 “20년 가까이 한 직장에 종사하던 분도 퇴임할 때에는 조촐한 퇴임식을 열어주곤 한다. 선수들끼리 이런 논의를 한 것도 이런 순수한 의도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선수협이 한 일은 딱 거기까지였다. 추후 2000경기 이상, 2000안타 이상(야수 기준) 출전한 선수들이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때 후배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작은 행사를 선수협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 한 일이다. 김 총장은 “전혀 논의한 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말 한 마디가 와전되거나 왜곡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견을 전달하기 부담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총회 후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공식 발언이 와전되거나 왜곡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의사 표현이나 상황 설명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뉘앙스 차이로 다른 해석을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10년간 선수협은 어떤 사안에 명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의견을 모으기도 어렵거니와 책임질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듯하다.

선수협은 비활동기간 엄수나 프리에이전트(FA) 몸값 등에만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가 대중들에게 존중받고 존경받는 직업군으로 격상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는 곳이다.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KBO리그 최다안타왕이 뜻하지 않은 논란에 빠졌을 때 상황을 수습하고 보호하는 것 또한 선수협의 의무다. 이번 사태에서 선수협의 역할은 철저히 그림자였다. 선수협도 졸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팀장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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