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조용휘]도마 위에 오른 부산스포츠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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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 부산경남취재본부장
스포츠는 산업이자 관광 상품이다. 유·무형의 경제적 자산 가치도 엄청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스포츠 강국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각 나라 도시마다 프로 스포츠 연고팀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 도시를 알리는 데 이만큼 좋은 홍보물은 없다.

글로벌 국제도시, 국내 제2의 도시를 자부하는 부산의 실상은 어떤가.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부산 배구팀은 남녀 모두 없다. 그나마 부산 홈팀인 프로축구 아이파크는 2021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됐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꼴데’란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프로농구 남자팀이 부산을 떠나자 부산시 스포츠 행정의 실정(失政)과 부재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소속인 KT 소닉붐은 17년간 둥지를 튼 부산을 떠나 9일 경기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전용 훈련장이 없어 전용 훈련장이 있는 수원을 홈구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부산으로선 없는 팀을 창단해도 모자랄 판에 있는 팀 관리도 못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기업의 경제 논리가 작용한 면도 없지 않다. 그동안 응원하고 지지해줬던 ‘부산팬’을 외면한 KT농구단의 비도덕적인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는 KBL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 8일 부랴부랴 입장문을 내고 “2023∼2024시즌까지 KBL의 연고지 정착 권고에 따라 KT농구단과 전용 훈련장 확보를 위해 4일 공식적인 협의를 시작했으나 돌연 7일 제안 거절 의사와 함께 연고지 이전을 통보받았다”며 당혹했다.

9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이번 결정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기업의 오만과 KBL의 독단적 행정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짚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 측은 “홈구장인 사직체육관 옆 보조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훈련장으로 활용하기를 바랐으나 시와 반년간의 협의에 끝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와 지역 농구계, KT 측의 말을 종합하면 전용 훈련장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9월 이후 실무자 선에서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는 “KT 측의 공식적인 절차나 요구는 없었다”고 했다. 반면 KT 측은 “몇 차례 담당 국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며 소극적인 시의 탁상행정을 빗댔다.

박 시장도 이와 관련한 보고를 지난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능 스포츠맨이자 특히 농구를 좋아하는 박 시장은 KT 경영진에게 SOS를 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KT는 선수들의 이동 편리성, 비용, 프로야구단과의 시너지 효과 등 실리 차원에서 부산을 떠났다. 올해 초 부산 지역화폐 위탁운영사에서 탈락하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아니었냐는 곱지 않은 시선과 지역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도 말이다.

수요자의 입장에선 이제 행정도 갑(甲)이 아니라 서비스다. 사후(애프터) 서비스를 넘어 사전(비포) 서비스가 안 되는 시정으론 ‘부산 먼저 미래로, 시민의 기대가 현실로’란 시의 슬로건이 요원할지 모른다.

이번 사태를 두고 “부산을 스포츠 도시로 만들고, 스포츠 복지 향상을 위해 투자는 물론 시 정책부터 과감하게 바꿔 나가겠다”고 한 박 시장의 약속이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조용휘 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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