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맏형 오진혁, 근육 3개 끊어진 어깨로 금메달 쐈다

도쿄/장민석 기자 2021. 7.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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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베테랑 오진혁
9년 만의 감격적 올림픽 금메달
오진혁 양궁 국가대표가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1.07.26 도쿄=이태경 기자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귀중한 금메달을 목에 건 마흔살 궁사 오진혁의 양궁 인생은 어깨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사람의 어깨엔 회전근이 넷 있는데 오진혁의 오른쪽 어깨는 그 중 세 개가 끊어지고 하나만 남아 있다. 남은 하나도 80%가 손상됐다고 한다.

오진혁은 한국 양궁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한국 남자 양궁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6 리우올림픽 선발전에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6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 우승 확정 후 오진혁(왼쪽),김제덕, 김우진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그 전부터 통증이 있었던 오른쪽 어깨가 결국 말썽을 일으켰다. 활 시위를 당길 때마다 뚝뚝 끊어지는 소리가 났음에도 참고 훈련에 임했던 오진혁은 결국 팔을 들어올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회전근이 대부분 끊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더 심해지면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은퇴를 권고했다. 은퇴의 기로에 선 오진혁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모두 우승하며 이룰 건 다 이뤘지만 난 양궁장에 있어야 ‘사는 맛’이 나는 사람”이라며 “치열한 선발전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이 즐겁다”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 양궁 국가대표가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관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1.07.26 도쿄=이태경 기자

오진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에 아쉽게 패한 뒤 눈물을 훔쳤다. “양궁은 우승해도 본전이란 얘기를 한다. 하지만 저희는 진짜 힘들게 훈련하고 있다.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는 맏형의 말엔 울림이 있었다.

절치부심한 오진혁은 작년 대표 선발전에서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그는 내심 도쿄올림픽에서 은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대회가 1년 뒤로 밀리며 다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선발전에서 오진혁은 김우진에 이어 2위로 대표팀에 뽑혔다. 나이 마흔에 이뤄낸 값진 결과였다.

그리고 오진혁은 도쿄에서 결국 9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김제덕은 오진혁이 런던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섰을 때 양궁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8살이었다. 그만큼 오랜 세월 한국 양궁을 지켜온 오진혁이기에 이번 금메달은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온다.

오진혁은 “올림픽이란 무대에 꼭 다시 한 번 더 서보고 싶다는 열망에 그동안 재활과 근육 보강 운동으로 버텼다”며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어깨가 끊어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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