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김기동 감독 “냉정한 현실 앞에 두 번 기적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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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25. 오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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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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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 프로축구연맹 제공

“팬들이 많이 기대했을 텐데….”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50)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국 축구를 대표해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으나 그 문턱에서 넘어진 한을 털어내기에 하룻밤은 너무 짧았다.

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 감독은 기자와 통화에서 “우승컵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대하던 팬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포항은 전날인 24일 사우디아라비아 강호인 알 힐랄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0-2로 졌다.

패배를 복기한 김 감독은 16초라는 이른 시간에 내준 선제골과 관중석을 새파랗게 물들인 6만여 관중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알 힐랄과 우리 선수들의 연봉차가 8배라는 소식에 우리 선수들이 조금 긴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선제골을 빠르게 내주니 흔들렸을 것”이라며 “(젊은 선수들 위주라) 코로나19 문제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한 경험이 많지 않아 서로 소통도 안 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선수는 너무 얼어붙어 20분 만에 교체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선수 명단을 보니 바꿀 선수도 없더라.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 공격수를 교체 카드로 쓰는 상대가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ACL 결승전에서 통감한 이 문제는 포항의 현실이기도 하다. 1973년 창단해 K리그 최고의 명가라 불리지만, 예산이 크게 줄어 매년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던 ‘1588’(일류첸코·오닐·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이 올해 해체돼 잇몸 격인 베테랑 선수와 신예들로 팀을 꾸려야 했다. 이 때문에 포항 팬들 사이에선 ACL 준우승으로 주가를 높인 김 감독이 다른 팀으로 떠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12년 포항에서 은퇴한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 감독은 “소문은 나도 들었다. 난 아직 포항과 계약기간이 1년 남았고, 지금 떠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자신의 머릿 속에는 내년 농사 준비만 가득하다고 했다. ‘캡틴’ 오범석이 은퇴한 빈 자리를 비롯해 올해 포항의 발목을 잡았던 외국인 선수 교체까지 할 일이 많다. 다행히 포항은 ACL 준우승 상금 200만 달러를 비롯해 8강까지 승리 수당 등 250만 달러(약 30억원)를 확보해 내년 빚 걱정은 일부 털어냈다. 김 감독은 “(송)민규를 팔면서 구단에 누적된 적자는 다 갚았고, 올해 운영비로 생긴 빚도 ACL로 털어낸 것 같다”면서 “내년까지 힘들다는 걱정도 있지만 준비만 하면 더 나아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스카우트가 벌써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을 한바퀴 돌았다. 현장에서 좋은 선수만 데려오면 희망은 있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김 감독은 내년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순서라고 강조했다. 2019년 여름 감독대행으로 처음 부임해 4위로 시즌을 마친 뒤 이듬해 3위로 올라섰던 터. 올해는 ACL에서 준우승까지 해냈으니 내년에 어떤 대회라도 우승해야 한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김 감독은 “팬들의 기대치에 어울리는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어떤 대회든지 한 번이라도 우승하는 게 내 목표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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