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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선수가 성공한 크리에이터로 - ‘이스타’ 이주헌

2022-06-23 10:57:18 886


 

선수 시절 이주헌은 실업축구 팀에서도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이주헌은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 스타 플레이어다. 제2의 진로를 준비하는 은퇴 선수들에게 이주헌의 도전기는 큰 귀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 스포츠 부문 월 조회수 1위를 달성한 이스타TV의 ‘주인장’ 이주헌(41) 대표를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스타처럼 성공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이다.

이 대표는 냉정하게 말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들이 나의 콘텐츠를 얼마나 좋아할지에 대한 계산도 서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젠 혼자서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이 기적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레드 오션’이 된 크리에이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은퇴 선수나 일반인들에게 날리는 일침이자 애정어린 조언이다.

 

지금은 성공한 크리에이터가 된 이주헌이지만 그도 아픔과 고뇌의 시간이 있었다. 부산 사하중-동아고를 졸업한 이주헌은 실업축구(현 K3리그) 대전한국철도에 입단했으나 공식경기에는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채 일찍 선수 생활을 마쳐야 했다. 해설위원으로 제2의 길을 설정하고, 2009년 마침내 해설위원 직함을 얻었지만 생계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방과 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유소년 클럽을 직접 운영하며 먹고 사는 일을 해결했다.

 

여전히 불안한 미래 속에서 2016년부터는 축구와 관련된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조그맣게 시작했던 사업이 어느덧 커지며 2019년 회사를 차리게 됐고, 지금은 직원만 20명이 넘는 중소기업이 됐다. 어엿한 회사 CEO가 된 이 대표를 그의 서울 마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웃음 지었다.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매일 같이 영상 찍죠. 주말에는 인터넷 방송으로 K리그 중계를 하고요. 중간에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방송) 녹음도 합니다. 일주일 중에서 금요일 하루 빼고는 매일 일한다고 봐야죠. 시간 남으면 집에 가기 전에 골프 연습하는 게 유일한 취미 생활이죠.

 

- 이젠 어엿한 CEO가 됐어요.

사실 회사 대표가 되면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아무래도 저희 회사의 주력 채널이 ‘이스타TV’이기 때문에 제가 출연하지 않으면 팬들이 섭섭해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사실 저도 축구 이야기를 재밌게 하려는 과정에서 한때 구독자들의 질타도 받고 해서 출연을 덜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구독자들께서 다시 나오면 좋겠다고 해서 다시 출연 중이에요. 다른 출연자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와 박종윤 공동대표의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대표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아요.

 

- 2016년 즈음부터 개인 방송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차려서 인터넷 방송을 한 건 2019년입니다. 현재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예요?

사실 처음에는 팟캐스트로 ‘히든풋볼’이라는 축구 프로그램을 했는데 유튜브 채널이 한층 뜨던 시기에 사람들이 영상도 해보라고 해서 ‘히든풋볼’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그냥 별 생각 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고 신경도 안 썼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해주더라고요. 반응이 괜찮아서 영상 개수를 늘렸고,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수익이 생기면서 회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지금은 출연자, 편집자, 디자이너, 영업직을 합쳐서 직원이 20명이 넘어요.

 

- 원래는 해설위원이 본업이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방송 제작으로 본업이 바뀐 느낌이네요.

2009년 데뷔한 해설위원은 아직도 좋아하는 직업이지만 저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요. 프리랜서라 언제 일이 끊길지 조마조마한 것도 있고요. 지금은 그런 점에서 자유롭죠. 지금은 방송사 해설위원은 하지 않지만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는 계속 해설을 하고 있어요. 방송사 해설위원을 하면서도 저처럼 망가지고, 개그맨처럼 웃기는 캐릭터는 없었죠. 그래서 저는 그냥 이 길로 나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놀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환경이 생겼고, 거기서 잘 자리 잡으며 일하고 있는 거죠.

 

- 결정적으로 회사가 커지게 된 계기는 언제였나요?

결정적인 것은 손흥민의 활약 덕분이죠. 손흥민이 꾸준히 잘했는데 2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잘하기 시작했고, 무리뉴 감독이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어요. 그러면서 손흥민, 무리뉴, 토트넘 이야기를 사람들이 궁금해했어요. 그래서 관련한 이야기를 빠르게, 많이 만들어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죠. 사실 그때 축구 관련 채널이 많이 생겼는데 우리 채널은 손흥민뿐만 아니라 예능, 다른 해외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경쟁력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 콘텐츠를 만드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일단 저는 정보나 저의 철학을 전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럴 능력도 안 되고요. 그냥 영상을 보는 동안 구독자들이 맘껏 웃으면 성공이에요. 그리고 일단 내가 재밌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걸 재밌어할까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내용의 영상이라도 사람들이 안 보면 그건 죽은 채널이에요.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포인트를 계속 고민합니다.
 


대전한국철도 시절 이주헌(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은 출전 기회도 받기 어려운 무명이었다.
 

- 선수 생활을 그만 둔 후 해설위원을 거쳐서 크리에이터가 됐어요. 혹시 선수 생활이 지금 사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나요?

제가 재미있게 축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면 어찌 됐든 축구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선수 생활을 했기에 룰이나 선수들의 플레이가 가지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요. 가령 손흥민의 슈팅이 왜 대단한지를 선수 경험을 통해 설명하는 거죠. 그러면 구독자들이 ‘아, 이 사람이 그래도 선수 출신이었지’라고 생각하면서 신뢰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선수 은퇴 후 제2의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주헌 대표도 해설위원을 하면서 방과 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유소년클럽을 운영하며 힘든 생활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해설위원을 하면서 개인 방송에 아이들 가르치는 일까지 하니 목이 버티질 못했어요. 1년 정도 하다가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에게 유소년 클럽을 넘기고 나왔어요.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선수를 그만 둔 후 다른 일을 하면 어색해요. 성공한 선수일수록 다른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죠. 제가 하려고 했던 인터넷 방송은 지금은 대세가 됐지만 사실 예전에는 잘 알아주지 않는 일이잖아요. 선수 출신으로서 그런 일을 한다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러면 안 돼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의식하면 아무것도 안 돼요.

 

-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건 무엇일까요?

‘이스타 스카우팅’이에요. 저희가 주로 EPL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다른 리그에서 EPL로 넘어오는 선수는 낯설잖아요. 그런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만들어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선수 분석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아침 10시에 영상을 찍으면 3시간 전에 출근해서 계속 영상만 봤다니까요. 오죽했으면 제가 박종윤 공동대표에게 ‘우리 이거 그만 하면 안 되냐. 아침에 나오는데 화 나더라’라고 했다니까요. 그래도 제가 브루노 페르난데스, 은돔벨레, 니콜라스 페페 등 선수를 분석하면서 성공 여부에 대해 했던 예상이 모두 그대로 들어 맞았아요. ‘내가 선수 보는 눈이 있구나. 나 아직안 죽었네’라며 자부심도 생겼고요.

 

- 기억에 남는 게스트는 누구인가요?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팬인데 올해 초 새 앨범이 나올 즈음에 연락이 와서 출연하고 싶다고 했어요. 지금 세대에게는 옛날 가수지만 저희 때만 해도 동방신기는 대단한 그룹이었거든요. 그런 연예인이 우리 채널을 알고 있다는 게 정말 뿌듯했어요. 샤이니 민호도 아스널 팬인데 (공동대표) 종윤이와 연락을 하고 지내요. 그래도 우리 채널이 출연하면 이미지에 해가 되는 채널은 아니구나 싶어서 기분 좋았어요.
 


 

-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선망의 직종이 됐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라요. 잘되는 채널은 규모가 거의 방송국 수준이죠. 예전에는 본인이 찍어서 직접 편집하는데 지금은 그러면 경쟁력이 없어요. 냉정하게 여기에 올인하고 싶다면 최소한 두세 명의 팀을 꾸리고, 예산 계획을 잡아서 해야 해요. 커피숍 하나 차린다는 생각은 가져야죠. 해보고 안 되면 빨리 접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정말 쉽지 않아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판단해보세요. 내가 이 사람만큼 할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해요. 적어도 우리 가게에 대기 줄은 없어도 회전은 될 거 같다는 자신감은 있어야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참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스타TV 구독자 수가 50만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10만 달성도 어려워 보였거든요. 그래서 회사 사무실 비밀번호를 10만 달성과 연관된 번호로 하면서도 ‘이게 되겠냐’ 싶었는데 됐어요. 유명한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이 낸 책 ‘나는 유튜브로 1년에 17억 번다’를 보고 나서 제가 ‘저는 이 금액의 10%만 벌게 해주세요’라고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었거든요. 사실 그 돈도 저에게는 큰 금액이었어요. 지금은 얼추 그 정도 수익도 나와요. 만약 여러분도 이 일에 도전한다면 계획을 잘 세우고, 힘들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잡아서 노력해보세요.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THE INTERVIEW 1'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온사이드 6월호 보러가기

 

글=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스타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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