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성큼 가벼워진 옷차림..'시선폭력'을 아시나요?

정재민 기자 2017. 5. 6.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만연한 나쁜 눈'에 전문가들 "원치 않는 시선도 폭력"
시선으로 정신적 피해 주는 '시선강간' 용어도 만연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 최근 여대생 김성경씨(24)는 불쾌한 일을 겪었다. 밤늦게 조별 과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치킨집 야외에서 술을 마시던 아저씨 일행들에게 이른바 '얼평(얼굴평가)·몸평(몸매평가)'을 당했기 때문이다.

"70점, B+", "다리는 예쁜데 가슴이 부족하네."

김씨는 "처음에는 나한테 하는 말일 거라 상상도 못 했다"라며 "뒤늦게 이야기 대상이 '나'라는 사실을 알고 쳐다봤지만 기억에 남는 건 음흉한 아저씨들의 미소뿐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너무 불쾌했지만 '이 상황에서 얼른 벗어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였다"라며 "한동안 그 사람들의 말과 웃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2도까지 오르면서 기상 관측 이래 5월 상순 기온 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진다.

특히 여성들은 '불순한 의도가 담긴 표정이나 눈빛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인 '시선폭력'을 걱정한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시선폭력을 넘어 시선강간까지…만연한 '나쁜 눈'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사립대 대나무숲에 한 여대생이 자신의 친구가 시선폭력을 당했다며 익명으로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친구가 치마 입고 혼자 가는데 위아래로 훑어본 남자분들 눈을 뽑아버리겠다", "너희가 위아래로 쭉 훑어보라고 (치마를) 입은 게 아니다"라는 등 다소 공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해당 게시글에 남녀 학생들이 댓글로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선폭력을 넘어 '시선강간(남성이 여성을 음흉하게 쳐다봐 강간에 준하는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이란 용어까지 등장하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용어의 자극성, 불편함, 용어 자체의 문제, 여성에 대한 대상화 문제 등을 떠나서라도 인터넷에는 시선폭력 및 시선강간이라는 말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여성들 상당수가 지하철과 버스, 학교, 길거리 등에서 '시선폭력'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운영진이 사례를 수집한 결과, 대부분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상적인 일이고 너무 만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최근 한 방송사에서는 '시선폭력'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한 출연자는 "시선이 공격적이거나 한 곳만 집중해서 바라보는 경우 상대방은 자신의 주체성을 박탈당하게 된다"라며 "일방적·공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권력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전문가들 "남녀 대립 문제로만 보면 안 돼"…처벌기준도 모호

이처럼 이제는 생활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선폭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녀 대립의 문제로 보는 순간 논점이 흐려진다"라며 "남성 여성 모두 다 원치 않는 시선을 받는 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는 시선폭력에 대해 "성별과 개인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지만 남녀 모두 자유로울 수는 없는 문제"라며 "상대방의 동의 없는 시선은 폭력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 시선폭력과 관련한 성희롱 문의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처벌기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라며 "관심의 표현이든 아니든 원치 않는 시선을 받는 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여성활동가 A씨는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두는 등 남녀 대립의 문제로 보는 순간 시선폭력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해진다"라며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도 이같은 문제에 당당하게 대처하고 자신들이 '사물화' 되는 것에 반응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시선의 자유도 있지만 반대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도 있다는 것을 일반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ddakbom@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