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71번째 ‘광복절’에 ‘임시정부’ 부정하다 ‘올림픽’으로 바꿔친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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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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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현 정부에 대한 KT의 보은으로 치부하기에는 씁쓸한 행태가 드러났다. 지난 13일 일부 문구가 수정된 ‘올림픽 속의 KT’라는 광고가 TV와 온라인에 공개됐다.

이 광고는 원래 “1948년 시작된 대한민국이라는 드라마”라는 문구와 음성이 포함됐었다.

해당 문구는 일제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지 3년 후인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일을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특히 KT가 건국절 제정사업을 추진하는 민간단체에 이례적으로 4년 연속 보조금을 지원한 정부의 입맛에 맞춰 광고를 제작, 방영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건국절 제정은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독립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장은 건국절을 제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도 엄연한 사실”이라며 “국란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KT가 정부에 입맛에 맞춘 광고에 욕심을 내다보니 헌법 전문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더욱 불편한 진실은 KT가 네티즌을 포함한 고객들로부터 비난에 직면하자 사과나 설명도 없이 기존 문구를 “1948년 올림픽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이라는 드라마”로 교묘하게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이전 광고는 현재 TV에서 중단됐으며, 유튜브에서도 비공개 영상으로 전환됐다. 이 같은 조치에도 KT는 자신들의 역사인식 부재를 모두 가리지는 못했다.

그간 KT는 정부가 추진하는 ‘반월·시화산단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통신 인프라 구축에 경쟁사들 몰래 단독 선정되는 등 특혜 논란에 휩싸여 왔다. 경쟁사들은 불만을 제기했지만 정부와 KT는 밀어주기 논란에 대해 일축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KT의 보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KT의 역사인식 부재가 참으로 씁쓸한 71번째 광복절이다. 더 이상의 씁쓸함을 지우고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빌려 황창규 회장과 KT에 전하고 싶다. “역사를 잊은 기업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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