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4연임 눈앞…유연한 ‘엄마 리더십’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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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9.24. 오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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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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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년 총리 독일 최장수 지도자 기록 세우게된 메르켈

국내, 경제적 능력 인정…세계, 자유진영 대표 지도자 꼽혀

극우 정당 원내 진입으로 분열 우려 목소리도



독일인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무티(엄마) 리더십’에 4년 더 독일을 맡겼다. 24일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이 크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정 구성을 거쳐 네번째 임기를 마치면 메르켈 총리는 총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게 된다.

이날 만 18살 이상 유권자 6150만명이 참여해 연방하원의원을 뽑는 선거가 독일 전국에서 실시됐다. 결과는 24일 오후 6시(한국시각 25일 새벽 1시) 투표가 끝난 뒤 나오지만 현지 언론들은 선거운동 기간 초반부터 일찌감치 메르켈 총리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선거 전날 마지막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34~37%의 지지율을 기록해 사회민주당(21~22%)을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메르켈 총리가 4년 더 재임하면 독일 통일의 주역인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동일하게 16년간 총리직을 맡게 돼, 전후 독일 최장수 지도자로 역사에 남는다. 콜 전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정계로 이끈 인물이지만, 두 사람은 1999년 콜 전 총리의 비자금 추문으로 한때 결별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은 정당 간 경쟁과 견제가 치열한 유럽 정치에선 드문 현상이며, 세계적으로도 민주적 투표로 이만큼 장기간 지도자로 선택된 인물은 보기 힘들다. 자신의 중도 우파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사안마다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좌파의 정책까지 적절히 받아들여 정책을 펴온 그의 포용적이고 유연한 정치 스타일은 ‘무티 리더십’으로 불리며 독일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격동의 세계에서 독일인들은 국가 안정을 이끈 메르켈에게 보답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통해 차분하게 독일의 번영을 이끌어낸 메르켈 총리의 우직함이 비결이라고 치켜세웠다. <블룸버그 뉴스>는 메르켈 총리를 향한 표심이 독일 경제지표와 맥을 같이한다며 “그의 정치적 수명은 경제적 능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2005년 메르켈 정부가 들어선 이래 독일 실업률은 절반 규모로 줄어들었고, 성장률 또한 인근 유럽국들을 웃도는 2%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물론 약점도 있다. 2015년 한꺼번에 13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가 난민들에 의한 성폭행 사건 등이 벌어지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이에 대한 불만을 타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급성장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 등장 뒤 미국의 국제적 역할이 후퇴하면서 메르켈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부쩍 높아졌다. 미국 정치전문지 <더 힐>은 “북한 핵위협과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정치 현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긴장 고조 국면에서 독일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은 정책의 연속성과 강력한 리더십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 뉴스>는 메르켈 총리의 승리로 독일은 수출주도형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유럽연합의 통합을 강화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르켈 총리가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미국과 유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나 자유무역 등 민감한 쟁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선거에선 승패보다는 연립정부 구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메르켈 총리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기민·기사연합과 자유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연정 구성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연정 구성에 최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여기에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앞선 지지율 13%를 기록해, 60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이슬람·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제3당이자 제1야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회 분열이 극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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