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때리는 중국에 “편협한 민족주의” 비판 나선 외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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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13. 오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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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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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한국과 미국의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수상한 뒤 한국전쟁을 ‘고난의 역사’라고 표현하자 중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중국 존엄을 무시했다”고 거세게 항의했고 그 결과 BTS가 모델인 한국 기업 제품의 중국 광고가 삭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BTS가 희생됐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가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희생된 최신 사례가 발생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BTS의 리더 RM은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환구시보는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수상 소감이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국가 앞에 아이돌 없다’(國家面前无爱豆!)는 해시태그가 달리며 BTS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중국 네티즌의 BTS 수상 소감 반발 논란 이후 중국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BTS 에디션’이 판매를 중지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베이징 현대차와 휠라(FILA)에서도 BTS 관련 웨이보 게시물이 사라졌다는 글이 게재됐다.

이에 FT는 BTS가 발언했던 한국전쟁을 자세히 소개하며 중국에 진출한 기업 브랜드가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희생되는 사건들을 언급했다. 지난해 NBA 관계자가 홍콩의 반송환법 시위에 찬성을 표시했다가 중국에서 1년 동안 NBA TV중계가 중지됐던 사례다.

또 미국의 패션 브랜드 갭은 대만이 빠진 지도가 담긴 티셔츠를 팔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사과를 강요받았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도 소셜미디어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발언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에 휩싸였었다.

FT는 이번에는 한국 브랜드가 중국의 민족주의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앞서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한 뒤 중국의 한한령으로 큰 피해를 봤다”며 “아직 한한령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가운데 BTS 사건까지 터져 한국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중국 누리꾼들이 방탄소년단(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며 중국 비판에 가세했다. NYT는 이날 ‘BTS는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렸지만 일부 중국인은 (BTS 발언에서) 모욕을 감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NYT는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진심어린 포용성으로 잘 알려진 인기 보이 밴드다. 그것(BTS 수상 소감)은 악의 없는 말 같았다”며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지체 없이 (BTS를)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또 NYT는 “삼성과 휠라가 K팝 밴드(BTS)와 협력한 흔적을 없애며 거리를 뒀다”며 “이것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중국 사람의 애국심을 쫓는 최신 사례이고 불매운동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도 “삼성을 포함한 몇몇 유명 브랜드들이 명백히 BTS와 거리를 두고 있다”며 “이번 논란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대형 업체들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보도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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