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면 둘 되는 플라나리아의 비밀 풀 ‘재생세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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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6.15.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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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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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모든 부위 재생능력 지닌 줄기세포

몸 곳곳 분포, 상처 생기면 활성

특정 단백질이 재생과정에 핵심역할



몸이 둘로 잘린 뒤에 일주일 만에 재생하여 두 마리가 된 플라나리아. 출처: 유튜브, https://youtu.be/hTC1eNTBXvE
쉽게 검색해 찾아볼 수 있는 플라나리아 관련 동영상들에는 약간의 섬뜩함도 있지만 이어 신기함과 놀라움을 주는 장면이 담겨 있다. 1~2센티미터 길이의 작고 납작한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는 여러 조각으로 잘려도 죽지 않을뿐더러, 며칠에 걸쳐 각 조각이 점차 자라 여러 마리의 플라나리아로 재생된다. 플라나리아 몸 곳곳에는 몸의 모든 부위를 재생해내는 뛰어난 분화 능력의 줄기세포들이 있다는 의미다.

https://youtu.be/hTC1eNTBXvE

플라나리아의 놀라운 재생 능력은 한 세기 넘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어 왔다. 재생 능력을 발휘하는 세포군(‘네오블라스트[neoblast]’라 불린다)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수십 년 전이다. 하지만 그 세포군에는 여러 유형 세포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과연 그중에서 재생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포들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세포들인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 미국 연구진이 플라나리아의 재생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만을 식별해 골라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재생 세포를 찾아냄으로써, 앞으로 플라나리아 재생력의 비밀을 푸는 연구는 지금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플라나리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국 스토워즈 의학연구소의 연구진은 플라나리아의 몸 재생을 돕는 ‘네오블라스트’ 세포군에서 핵심적인 재생 세포와 단백질을 찾아내고 그 재생 능력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며 그 연구결과를 생물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소의 보도자료를 보면, 연구진은 유전체 분석과 세포 단위의 유전자 발현 패턴 분석, 단일 세포 이식술 과 같은 여러 기법을 써서 이번 연구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재생 능력과 관련한 네오블라스트 세포군의 100여 가지 유형의 세포들 중에서, 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 등을 분석해 재생 능력과 관련이 먼 세포들을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재생 세포 후보군을 12가지 유형으로 좁혔으며, 다시 모든 몸 부위의 세포들로 분화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세포 후보군을 2가지 세포로 좁혔다.

연구진은 두 가지 세포들에서 인간 암세포의 확신을 돕는 단백질로 알려진 테트라스파닌(tetraspanin)과 같은 계열의 단백질(TSPAN-1)을 발현해 세포 표면에 지니고 있는 세포(‘엔비2[Nb2]’ 세포로 명명)에 특히 주목했다. 이 세포와 단백질이 실제로 플라나리아 재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벌였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형광을 띠는 항체를 이용해, 형광 띤 세포들만을 따로 식별해 골라내는 방식으로 재생 세포를 분리해 죽어가는 다른 플라나리아 개체에 이식했다. 그랬더니 이 재생 세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죽어가던 플라나리아는 재생 과정을 거쳐 되살아났다. 하지만 테트라스파닌 단백질을 발현하지 못하게 만든 재생 세포를 이식했을 때에는 죽어가던 플라나리아가 회복되지는 않았다. 재생 세포가 만들어내는 이 단백질이 재생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통 플라나리아의 몸을 잘랐을 때에는 이 단백질을 세포 표면에 지닌 재생 세포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관찰됐다.

이런 능력으로 볼 때에 이 재생 세포는 거의 모든 몸 부위의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분화 능력을 지니는 일종의 줄기세포인 것으로 여겨진다. 평시엔 플라나리아 몸 전체에 펴져 있는데 몸이 잘리는 상처가 생기면 테트라스파닌 단백질을 다량으로 만들어내는 유전자 활성 패턴을 띠며 재생 과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뉴스 보도에서, ‘엔비2(Nb2)’로 명명된 이 재생 세포와 테트라스파닌 단백질(TSPAN-1)이 어떻게 재생 과정에 관여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포와 세포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람 암세포에서 같은 계열의 테트라스파닌 단백질이 암세포 확산에 관여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볼 때 이 단백질이 플라나리아에서 재생해야 하는 몸 부위로 세포들이 모이도록 하는 어떤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던 재생 세포를 찾아내고 또한 이것을 골라 분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플라나리아 재생 능력의 비밀을 푸는 연구의 발걸음이 좀더 빨라질 것으로 보이며, 또한 플라나리아 재생 세포 연구가 어떤 식으로건 인간 재생의학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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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프로필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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