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렘수면과 논렘수면 두 단계를 반복한다. 렘수면 동안에는 몸은 자고 있지만 뇌 활동이 일어난다. 이 단계에서는 꿈을 꿀 수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인다. 반면 '깊은 잠'인 논렘(NREM)수면일 때는 몸과 뇌가 모두 수면에 빠져 안구 운동 등이 일어나지 않고 근육이 이완하면서 호흡과 심박수도 감소한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정도에게만 렘수면 단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어류 등 다른 척추동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생후 2주인 제브라피시의 신경세포 활동, 근육과 심장의 움직임을 관찰해 기록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 수족관에 설치한 다음 관찰했다.
물고기는 대뇌피질이 없어 뇌파를 측정하는 대신 신경세포 활동을 토대로 '수면신호'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제브라피시가 잠을 자는 동안 수면신호가 일정한 패턴에 따라 달라졌다. 특히 심장과 근육 등은 움직이지만 뇌는 수면에 빠진 렘수면이 나타났다. 물고기도 사람처럼 렘수면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잠을 잔다는 뜻이다.
무랭 교수는 "제브라피시의 렘수면이 사람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빠른 안구 운동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브라피시는 물고기이기 때문에 눈꺼풀이 없어 눈을 뜨고 잔다. 그는 "이 연구결과로 보아 사람처럼 다른 단계를 반복하는 수면현상이 이미 진화적으로 4억 5000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